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허수경 시인 원적 49일 추모재 - 11월 20일(화) 오후 2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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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동명스님 작성일18-11-19 07:10 조회32회 댓글0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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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? 시대의 아픔과 삶의 고통을 빼어난 가락과 생생한 모국어로 그려냈던 시인이 지난 10월 3일 원적에 든 후 이제 49일, 마지막 작별인사를 중흥사에서 하게 되었습니다. 역사적인 자리에 함께하시기 바랍니다.


불취불귀不醉不歸
-허수경

어느 해 봄 그늘 술자리였던가
그때 햇살이 쏟아졌던가
와르르 무너지며 햇살 아래 헝클어져 있었던가 아닌가
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은 없다

마음들끼리는 서로 마주 보았던가 아니었는가
팔 없이 안을 수 있는 것이 있어
너를 안았던가
너는 경계 없는 봄그늘이었는가

마음은 길을 잃고
저 혼자
몽생취사하길 바랐으나
가는 것이 문제였던가, 그래서
갔던 길마저 헝클어뜨리며 왔는가 마음아

나 마음을 보내지 않았다
더는 취하지 않아
갈 수도 올 수도 없는 길이
날 묶어
더 이상 안녕하기를 원하지도 않았으나
더 이상 안녕하지도 않았다

봄그늘 아래 얼굴을 묻고
나 울었던가
울기를 그만두고 다시 걸었던가
나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만 없다

-『혼자 가는 먼 집』(문학과지성사, 1992)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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